대기업 15년 근무 하면서 느낀 점과 경험들이 참 마음에 와 닿는다. 젠더 문제에 대한 감성은 물론 다를 것이다. 인간으로써 느끼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일 잘하고 싶은 열정, 엄마가 되는 과정등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100% 공감되는 이야기들이다. 그 이상의 무엇은 없었다. 회사 일은 곳, 나의 전부였던 30대. 치열한 삶을 살았던 그 시절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나의 경험으로는 빗대어 본다. 남자라면 누구나 군 시절 악몽을 꾼다. 다시 입대하는 꿈 말이다. 나는 지난 15년간 다시 출근하는 꿈을 꾸었다. 그것도 무엇보다 생생하고 리얼하게……내 기억 속에 한가운데 자리한 그 기억들의 조각이 꿈에서는 더욱 또렸해졌다. 그래서 저자의 담화에 더욱 공감이 된다.
인정 욕구, 인간이 가진 하나의 소양인 듯 싶다. 직장에서 인정 받고 싶고, 가정에서 인정 받고 싶은 욕구! 누구나 다 있다. 그 중에서 저자가 겪은 외주PD와의 갈등은 누구나 겪은 갈등이 아닐까 한다. 주관적으로 무사안일 주의의 외주PD, 돌아보니 내가 잘 못 된 건 아닐까? 아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대기업의 프라이드는 가져야 된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 저자의 본론이 나오진 않았지만, 내 회사라는 주인의식과 인정욕구가 결합된 사회생활을 나도 수년간 해봤던터라, 너무나 공감이 간다. 지나고 보니 헛된 욕망이였다는 걸 저자가 말해 주지 않을까?
회사 생활동안은 늘 단답형이였고 결론이 먼저였다.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미명하에 가족을 등한시 했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무려 20년이 흘렀는데도 말이다. 저자의 육아휴직을 보며 아~진짜 행복이 눈 앞에 있구나를 느꼈으면 좋겠다. 휴직을 통해 아이가 하는 말을 당연한 듯 딴 생각으로 채우다가 오롯이 아이의 말로만 머리속을 채울 수 있었다는 말이 너무나 공감이 간다. 여유의 힘응 대단하다. 내가 남에게도 내게도 더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여유들이 복직과 함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점점 일상의 균열이 생기며 아이와의 대화도 힘들어질 수록 퇴사의 시작이 된다. 내게 더 중요한 가치를 찾아가리라 생각한다. 모두가 아니라 해도 내가 맞다면 실행에 옮길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새로운 삶의 한 발을 내딛는다. 퇴사하기로 마음 먹는 순간!
결혼 11년차, 직장생활 15년차 작가에게 퇴사 이후의 삶이란 어떨까? 나 역시도 작가가 되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제주는 꿈에 그리던 지역이였다. 여러 환경의 반대도 무릅쓰고 제주행 결정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 배달 음식등 하루면 배달되는 우리 문화에 제주 산간지방은 배달이 되지 않는 곳이 있다. 이제는 슬로우 푸드를 즐겨야 할 것이다. 여간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적응하지 않을까?
“머리카락은 바람의 방향을 가늠하고 정수리는 햇빛의 열기를 가늠하고 피분 공기의 물기를 가늠한다. 앞뒤 좌우 보고 싶은 곳을 바라보며, 팔은 바람을 가르고, 발은 땅의 굴곡을 느끼고, 다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필력이면 정말 놀랍다고 느낀다. 아마도 여성의 섬세함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 할 거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으면서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힘, 내가 글을 읽는 이유다.
'놀다'라는 사전적 의미가 15가지 정도라는 것이 놀랍다. 놀아 본 사람이 놀 줄 안다고 했던가? 저자의 수필에는 '쉰다', '놀다'라는 의미를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다'로 포커스를 맞추면 또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 같다. 우리 어머니의 경우는 10대 초반 더부살이를 시작으로 평생을 일을 하면서 사셨다. 70이 훌쩍 넘어 80을 바라보시면서 '논다'라는 것에 대해 적응을 못하시는 것 같다. 연세가 드셨으니 당연히 쉬셔야 하는데 그마자도 좌불안석이시다. 제주에라도 가시면 좋으련만, 하나밖에 없는 50넘은 아들옆에 있으시고 싶나보다. '가까우니 더 묻고 더 살펴야 한다. 매번 말로만 가족이 우선이라고 했던 삶이 현실이 됐다.' 어찌보면 저자는 40회사를 그만 둔것이 아니라 내 속에 숨어있는 나를 만나는 한발을 내딛은 것은 아닐까? 싶다. 작가로서의 삶, 주부로서의 삶, 제주에서의 삶은 또다른 삶의 시작이 맞다. '빽빽하게 계획하고 꼼꼼하게 점검하는 삶이 바람직하다고 여겼지만,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갱신하는 삶이 성장하는 삶이라 생각하는 것에 적극 동의가 된다. 내일만 향하던 시절에는 여유가 두려웠다. 게으름이고 뒤처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한숨을 돌려 욕심을 관리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 숨쉰다고 느껴진다.
현실에 지치고 피곤할 때, 직장 상사에 치이고 , 일에 치일때, 자연과 함께 생동감있는 삶이 그리울때
이 책과 함께하면 한번쯤 지친 일상에 한모금 시원한 물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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