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한달에 한번 이상 같이 영화를 보러 간다. 하지만 최근엔 이사한지 얼마 안된 집에 80인치 TV를 데려다 놔서 인지, 영화관을 가질 않았다. 영화 '서울의 봄'도 마찬가지였다. 블랙버스터도 아닌데, OTT 나오면 봐야지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입소문이 심상치가 않았다. 대박 조짐, 첫주말 150만 관객 동원! 우리는 일요일 조조영화를 예매했다. 일요일 아침에는 늘상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하게 영화를 보곤 했었다. 이번 영화는 달랐다.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과 차들이 주차장을 꽉 메웠다. 아~뭔가 대박인 영화가 나왔구나! 기대를 하면 영화관에 들어섰다. 22살, 19살된 둘째와 셋째에서 영화보기 전 미리 봐 둘 프리뷰 유튜브를 알려줬으나 역시나 아무도 안보고 왔다.
이 영화는 1979년 10월 26일을 기점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서는 신군부의 이야기이다. 인물에 대한 평이나 줄거리에 대한 내용은 모두 알고 있는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12월 12일 그 9시간동안은 우리 일반 국민들은 전혀 알 수 없는 내용들이였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이 동원되었으리라 믿는다. 내 어린 시절은 거여동에서 자랐다. 그 곳에는 비호부대와 사자부대가 있었다. 정만식, 정해인 배우가 분한 그 부대가 틀림없었다. 사자부대 마크! 어린 시절 그곳에서 보았던 그 마크였다. 1980년 초등학생이던 나는 우리 동네에 탱크가 왜 이렇게 많지? 하면서 신기해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 그렇게 우리동네에서 오소령이 죽었었던 것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마음 한켠이 먹먹했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에서 일어났던 역사의 사건을 생각하니 신기하고 어떤 전율이 다가왔다. 물론 그보다 이전인 병자호란 당시 선조가 남한산성으로 도망치던 당시 거쳐갔던 곳도 우리 동네이다. 오금동을 지나 거여, 마천동을 지나 남한산성으로 올라갔으리라. 하지만 너무나 먼 옛날의 일이라 역사의 한페이지로만 기억했다. 12.12는 나와 동시대의 사건이자 잊혀지지 않는 기억의 산물이였다.
시간이 이쯤 지나고 보니 이태신 사령관의 판단이 옳았음을 알겠다. 전두광 일당의 권력에 대한 탐욕을 너무나 잘 표현해 주었다. 역시 김성수 감독의 연출은 훌륭했다. 내 어린 시절의 잊지 못할 영화, '비트'와 '태양은 없다'의 그 감독이 나의 중년을 다시 뜨겁게 만들어 주었다. 역시 영화는 감독의 예술임이 분명하다. 내 인생의 페르소나가 있듯,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 정우성 배우의 명대사가 딸아이의 기억에 남는단다. 철책을 앞에 두고 전두광에게 이태신이 한 말이 김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나 싶다. 막내 아들은 사뭇 진지하게 영화를 보았으나, 감정의 이입이 어려웠을 것 같다. 군대라도 다녀왔으면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었을텐데, 아쉬웠다.
직관.직설적인 와이프는 영화가 끝나자 그 ooo은 천수를 다하고 갔네, 쳐oo 놈인데! 영화가 끝나자 감동은 분노로 바뀌었다. 그 후손들은 아직도 LA 나파밸리 포도농장을 운영하며 자손대대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권력을 찬탈하고, 국민을 재물로 삼았던 총칼의 그 신군부들의 후손들이 말이다. 아~ 다시 돌아와 영화로 돌아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전두광과 노태건의 관계설정, 이태신의 가정이야기등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태신 장군이 출정을 앞두고 만류하는 부관의 대사에 눈물이 흘렀다. "공부 잘하는 대학생 아들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결사항전, 죽으러 나가는 장수의 길에 가족은 큰 울림임에 틀림없었다.
결과는 모두가 다 아는 그런 결말이다. 전두광은 약속을 지켰고, 모두는 훗날 고위직으로 천수를 누렸다. 실제의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바로 사면이 되었다. 그리고 이 청문회를 통해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의 근현대사는 앞으로도 기득권과 민중들의 갈등으로 진행되게 된다. 나와 비슷한 40, 50대들은 이 시기를 겪어봐서 안다. 거대 기득권들이 어떻게 나라를 망쳐오고 민중들을 도탄에 빠뜨렸는지를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 역사의 기록들이 친일의 잔재들로 점철된 현재 윤정권의 등장이다. 전두광이 말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직도 진정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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