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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인생

아버지의 첫 슬기로운 직장생활 이야기(2)

by 에듀필라서퍼 2023.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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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식자리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내 자리 TO는 갓입사한 신입사원의 회식자리 때문에 났었다고 말이다. 대한민국 회식문화는 비교적 수직강압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당시만해도 신입사원 회식을 하게 되면 큰 냉면 사발에 소주를 가득채우고 동기들끼리 돌려가며 사발을 비우는 식을 거행했다고 한다. 그 사발식이 있고 난 후 내 전임사원의 어머니가 다음 날 전화해서 그런 회사에 우리 아들 못 보낸다는 한 통으로 내 TO가 생겼던 것이다. 일종의 수시모집으로 입사를 한 셈이였다. 첫 회식자리에는 부서전체 회식이므로 긴장감이 흘렀다. 30명정도 되는 부서원이 부장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회식자리였다. 동기들도다 두 살이 많았던 나는 지금 생각해 보면 왠지 슬빵(‘슬기로운 감방생활의 줄임말)의 주인공이 된 듯 했다. 슈퍼스타는 아니였지만 나를 따르던 후배들과 친구들에게는 결혼해서 상투도 튼 애아빠인 내가 나름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학창시절 주량이라곤 소주2잔이 전부였던 나는 첫 회식날부터 어마어마한 술을 드링킹했다. 정신을 바짝차려야 했다. 동기들은 동기사랑을 외치며, 사발의 술을 많이 마실 것을 주문했다. 내 성향상 그런 응원은 당연히 응해야 하는 것이였다. 학창시절부터 내 신조는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이며 설령 살인을 하고 친구가 와도 숨겨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친구다라는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시절이였다. 온 몸으로 술을 받아내고 첫 직생생활을 슬기롭게(?) 시작했다. 

 

 당시 같이 졸업한 후배들은 현대차와 기아차등에 압도적인 취업률로 입사를 했다. 서로의 직장생활을 이야기하며 한 3년간은 정보도 교류하며 회사생활 이야기며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모임을 가졌다. 아직 취업 못한 후배를 불러 응원해주기도 하고, 이미 취업한 동기 후배들과도 몇 년간 술자리를 가졌다. 사회생활의 기본은 술자리가 아니겠는가? 참고로 내 부모님은 술을 한잔도 못드신다.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어 못 드신다. 특히 아버지는 한잔만 드셔서 쓰러지신다. 그런 두 분 사이의 아들인 나도 대학시절 소주 반병먹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신세를 진 것만해도 두 번이다. 이쯤되면 술과는 안 맞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했다. 사회생활은 체질마저 변화시켰다. 1차 소주에 2차 맥주, 3차 양주까지 풀코스를 달릴 수 있는 주량으로 변해 있었다. 알콜 분해효소가 전혀 없어 한잔에 얼굴이 빨개지고 만취상태가 되면 얼굴이 하애지는 일을 반복에 반복을 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주량이 세진다고 최근까지 생각했다. 착각인 것을 아는데까지 오래도 걸렸다. 주량을 결정하는 것은 알코올 분해효소(Aldehyde dehydrogenase⦁ALDH)양이다. ALDH가 부족하면 알코올의 1차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축적돼 조금만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고, 메스꺼움을 느끼고, 숙취가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14.5%정도는 유전적으로 ALDH가 거의 없고 전체 국민의 50%가 ALDH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 술을 자주 많이 마시면 주량이 늘어난다고 느끼는 것은 ‘마이크로좀 에탄올산화계(MEOS)효소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라 한다. 간은 기본적으로 ALDH를 통해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을 분해한다. 하지만 음주량이 늘면 ALDH 혼자 힘으로 알코올을 분해할 수 없다. 음주량이 증가했다고 해서 ALDH는 추가적으로 활성화도지 않는다. 이에 우리 몸은 MEOS 효소를 사용해 이 효소가 더욱 활성화되어 주량이 늘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 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면 간질환과 식도암, 고혈압등의 심혈관계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술이 나를 먹는 생활은 변치 않고 있다. 술에 대한 그 몽롱함과 따뜻한 분위기에 취해 그 자리를 아직도 원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