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46년생이시다.
내일이 생신이시니 올해 77세 되셨다. 1946년은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 가장 평화로운 해였다고 한다.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셨다. 당시에는 10남매도 흔한 시대였다고 전해진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국민학교 시절 미아리 외가집에서 보내던 생각이 난다. 방학이였나보다. 어머니 8남매 중 막내 삼촌이 나와 두 살 터울이여서 함께 지내던 기억이 있다. 막내 외삼촌은 어린 시절 나의 우상이었다. 싸움 잘하던 동네 형같은 막내 삼촌이였다. 지금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 형같은 삼촌이다. 30후반 40초반에는 주위 사람들을 많이 찾아볼려고 노력했고, 또 만나고 했다. 떨어져 지내던 사촌 형제들도 봤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불편한 관계가 싫어서 인지 잘 안보게 된다.
부평에는 할머니 추어탕이 있다. 참 맛있는 추어탕집이다. 질리지 않고 어르신들 모시고 식사 한끼하기 딱 좋다. 생신 선물이 아들 얼굴 보여주기(?) 뭐 이런 거 인가보다. 내리 사랑이라고 했던가? 참 맞는 말이다. 내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내 부모에게는 아무래도 아이들보다 덜 신경쓰게 된다. 부끄럽지만 그렇다. 내가 외동아들이라 그런지, 부모님이 의지하는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다. 내가 아기때 마찬가지로 태어나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부모님 밖에 없듯이 지금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이다. 나이들어 가시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그런 마음이다. 아마도 내가 잘 사는게 부모님도 더욱 좋지 않으실까? 비록 세상에 명예와 감투가 없는 자식이지만,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그런 자식되어 있었다.
내 인생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부모님 그늘에 들어갔다. 24살에 결혼을 하면서 작디 작은 방에서 부모님과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자식이 장가가고 애까지 있는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웠을까? 지금의 내 생각은 그렇다.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때 기분이 어떠셨나고? 지금의 내 아들 딸 나이에 장가간 아들과 손주를 보았으니, 일상적임이 아님에 분명했다. 거기에 난 학생이였다. 시간은 훌쩍지나, 세상에 나아가고 30이 넘어 큰 사기를 당하고 아이가 셋이 된 외동 아들이 같이 살자고 찾아갔을때 기분이 어떠셨을까? 그렇게 또 함께 살기를 10여년, 함께 살아준 아내에게도 너무 고맙지만 말없이 지켜봐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하다. 그런데 아직 감사하다는 말 한번 못 건네봤다. 또 태어나서 단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다. 수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못 했다. 그래도 전하지 못한 말, 전하게 될 날이 또 올 것이다. 더 시간이 가기전에 말이다.
내 어린 시절 어머니는 공장 노동자로 지내셨다.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남의 집 살이 들어가셔서 10대를 보내신 어머니는 늘 사회생활을 하셨다. 이제 시집을 갔으니 자식도 낳아야 했고 일도 해야 했다. 당시에는 주야간 2교대 12시간씩 일하셨다. 그래서 난 늘 혼자라고 생각한 시간이 많았다. 내 어린 시절 어머니는 늘 피곤했고, 힘드셨고, 짜증이 나 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아버지와 말다툼 아니 주먹 다툼을 하셨다. 그렇게 인생이 피곤하고 노동에 절여져 있었다. 이제는 알고 있다. 그때 그 마음들을!! 마당 있는 집에서 살던 국민학교 시절, 옆집도 우리집도 모두 한 집처럼 지냈다. 이웃 사촌이라는 말처럼 지금의 방하나 사이에 두고 같이 사는 것과 같이 집이 붙어 있었다. 마당에서 김장도 하고, 목욕도 하고 그렇게 함께 살았다. 지금같은 11월이면 연탄을 광에다가 한가득 채워놨다. 겨우내내 연탄을 갈아야 했다. 어린 나는 연탄구멍 맞추는게 너무 어려웠다. 늘 어머니한테 등짝 스매싱을 맞았다. 그거 하나 똑바로 못하다며......당시 어머니 얼굴을 생각하니 너무 젊으셨다. 지금은 너무 늙으셨다. 세월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되돌리고 싶지는 않은 세월이다. 내 아이들도 지금의 나처럼, 나와 아내를 바라볼 날이 오겠지?
뜬금없지만 엄마, 아빠 사랑해요(^^) 어릴때 못하고, 지금도 못하고 있지만 글로 나마 지금의 마음을 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요,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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