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모든 일을 태어날 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연습과 훈련만이 익숙하게 또는 잘하게 해 줄 것이다. 자식을 낳는 것으로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을 뿐, 어디서도 아버지 노릇을 배우고 연습한 적은 없다. 그저 자신의 성장에서 지켜본 아버지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따라할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가난하고 서러운 시대를 살아온 내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고독한 희생을 감내했다. 그래서 소통보다 권위에, 표현보다는 침묵에 능숙한, 그림자 같은 존재가 아버지였다. 모기관에서 조사한 ‘아버지 지수’를 보면 전체 응답자 중 27%는 무늬만 아버지일 뿐이고, 45%는 노력이 많이 필요한 아버지라고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다르지 않다. 미국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아버지를 닮은 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65.4%에 달했다. 이제부터라도 아버지가 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찌보면 필수요건이 아닐까?
영화‘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생물학적 아버지가 어린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유년기 상처를 되짚으며 자신이 배워왔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벗어나 진짜 아버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신의 성장기를 돌아보며 그 속에 투영된 아버지와 자신이 상처를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아버지 연습. 쉽지 않은 이 과정을 최근에는 ‘아버지 학교’라는 프로그램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버지 학교의 가르침에는 공통 철학이 있다. 자녀가 변하되기를 원한다면 먼저 아버지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먼저 솔선(率先)을 보여줘야 조금이나마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말이면 TV를 보는 것이 취미였다. 이 생활습관을 바꿨다. 아이들과 도서관을 가고, 책을 읽으며,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너무나 빨리 주말이 지나간다. 휴대폰 세상에 빠져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책은 맑은 정신을 가지게 하는 유일한 통로일 것이다.
조금 지났긴 하지만, 한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어른 존경심’을 조사한 적이 있다. 유니세프(UNICEF)가 2013년 초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홍콩 등 동아시아 17개 국가 1만여명의 청소년(만9~17세, 한국 5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우리 청소년들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아버지(21%)를 꼽았고, 둘째로 어머니(13%)를 들었다. 그런데 ‘어른들을 존경한다’는 응답자는 13%로 17개국 평균인 72%를 크게 밑돌았다. 한국 다음으로 어른 존경심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된 홍콩조차 39%를 기록, 의식격차가 상당히 두드려졌다. 대한민국의 경쟁사회가 빚어낸 숫자가 아닐까 싶다.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현실에서 남을 존경해라고 가르치기엔 역설의 표현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회가 변하기 전에 한 가정이 먼저 변해야 한다. 부모를 존경하는 아이들은 어른을 존경하는 마음도 같이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아버지 연습이 필요한 이유이다. 또 한 조사는 아버지 자리를 위협한다. 고3들을 대상으로 2017년 진학사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면 100명중 72명은 아버지.어머니를 모두 존경하고, 나머지 중에선 어머니를 존경하는 자녀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자녀보다 두배로 높은 것을 나타났다. 즉,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욱 존경하는 뜻이다. 또한 일본의 광고대행사인 하쿠호도에서 진행한 조사도 역시 어머니를 존경한다가 68.1%가 아버지를 존경한다61.5%보다 높게 조사되었다. 이는 여성의 사회진출증가로 경제력이 상승해 ‘가족을 부양하는 인물’로서 아버지가 가졌던 권위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었다. 아이들에게 존경의 대상이란 경제적 권위가 주를 이루었던 과거의 아버지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이제는 더 많이 고민을 들어주고, 대화가 잘 통하는 부모가 아이들은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2013년과 2017년을 비교해 보면 부모중에 더 존경하는 사람이 아버지에서 어머니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 현상은 지금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사회적인 동물로서 사회생활을 하는 아버지가 가정을 소홀히 하게 되면서 생기는 현상이지 싶다. 어머니들은 사회생활도 충실히 잘 수행하면서 가정과 육아에 더욱 정성을 하다는 슈퍼우먼이다. 아버지들은 주말만 되면 주중의 피곤함을 잠으로 달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근래에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들이 가정에서는 구분되어지지 않는다.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가정주부로서의 역할만이라도 사회생활을 하는 아버지의 역할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육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로서 어머니보다 더 존경받자라는 취지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가 행복하다. 이는 어떤 수사여구도 필요없이 부모라면 다 아는 말일 것이다. 어머니들은 어머니되는 연습을 하지 않았음에도 어머니 다울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또 파트 3의 옥시토신 아버지와 바소프세린 아버지에서 다시 언급코자 한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선 아내의 역할이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루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는 아내가 밖에서 일하고 들어온 아버지를 아이들에게 험담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인간 또 늦네, 허구헌 날 늦어!’ 지면 사정상 격한 말은 쓰지 않았다. 이런 네가티브한 말이 아이들의 귀에 들어간다하면 아버지를 존경의 눈빛으로 아니 내 대화의 상대로 인정해 줄리는 만무하다. 현명한 아내의 몫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행여나 아내와 싸우고 나면 아버지도 사람인지라 아이들이 미워질 때가 있다. 아내가 미운만큼 아이들도 미운 것이다. 물론 일시적인 마음이긴 하지만 그런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서로에게 화학작용이 일어나 마찰이 생기겠지만, 아이들앞에서는 서로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여야만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
힘들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존경받고 사랑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아버지도 때로는 사랑받고 싶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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