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는 과도기적인 시기였다.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어 가는 시기인 것이다. 가끔 그 싸움의 승자가 어머니이기도 했다. 힘으로는 이길 수 없었던 어머님은 무기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 내 아버지의 세대는 정말 혼돈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시대의 아버지들은 건강관리라는 개념이 없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당연한 시기였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음주, 흡연은 내 아버지 세대의 수명을 단축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주변에 어릴적 아버지를 여윈 친구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약해지면 안되고 울 수도 없었던 존재였던 것이다.
1980년대를 지나면서 나와 같이 70년대생 아이가 아버지가 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뀜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아내는 말한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죽을 때까지 나가서 돈 벌어와야지!’ 겉모습은 태연했지만, 맘 한 켠에서 움찔한다. 남자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다. 직장에서 아니꼬운 상사에게 고개를 숙이게 해주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도 타협할 수 있게 해주고, 세상에 나와 내가 지켜야 할 그 녀석들 때문에 더 이상 나는 내가 아니라 누구누구의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40세가 넘어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철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비혼족이 늘어나는 시대이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 프로그램을 ‘미운오리 새끼’를 가끔 보곤 한다. 빛나는 청춘을 뒤로하고 김건모 가수, 김 종민 가수등이 결혼 상담을 받는 것 내용이었다. 40대에 접어든 김 종민 가수는 여유가 있는 듯 했고, 김 건모 가수는 이제 시간에 쫓기는 나이가 되었다.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비혼의 삶도 나쁘진 않겠으나, 아버지라는 존중받아 마땅한 타이틀에 대해 알지도 인지도 못하겠다는 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니 결혼을 해서 아이가 없으면 아버지가 될 수 없으니 또한 철이 들지 않을 것이다. 철이 든 남자는 곧 아버지인 것이다.
예전부터 인터넷에 떠돌던 아버지란 무엇인가라는 동영상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동영상을 보면 1980년대 아버지임에 분명하다. 경제활동의 고단함을 용에 비유하여 아버지를 중세 시대의 기사로 살아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경험한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철학자 아버지는 아니어도 우리 아버지들은 알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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