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나는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첫째가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시기에 함께 청계산을 등반한 적이 있다. 아들이 물었다. “아버지(우리 아이들은 모두 아버지, 어머니라는 존칭을 사용한다) 옛날에 노비로 태어났으면 어쨌을까 싶어요!” 웃으며 지나가는 말로 한 말이였을지 모르겠지만 난 최대한 진지모드로 되물었다. “건우야, 지금 현재에도 계급이 있는 것 같니, 없는 것 같니?” 큰 아들의 대답은 있는 것 같단다. 내 생각을 아들에게 말해줬다. 현재도 과거의 계급이 그 형식과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엄연히 존재한다고 말이다. 많이 비약일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표현도 해줬다. “아버지가 현대 방계일가의 가장 막내 머슴으로 들어갔던거고, 그 회사의 대표이사는 조선시대 권세가의 청기지쯤 되는 위치란다.” “그 조정장치가 사회적인 제도에서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변해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자영업을 하고 있으니 사노비보다는 관노비라고 해야하나?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한다. 이렇게 극단적인 예로 말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계급 상승이 가능할꺼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이였다. 우리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미스터 션샤인이 요즘 대세 프로그램이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병헌 배우는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일약 신분 대상승을 하게 된다. 드라마에 그리 흥미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언뜻 본 한글을 읽지 못하는 연기를 보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신분 상승의 길이라는 것을 현대의 부모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외식은 못해도 영어학원을 보내려고 하는 우리 세대도 그런 상상을 한다. 우리 아이가 영어만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영어도 잘하는 아이로 자라주길 말이다. 내가 못했던 것에 대한 욕망이 끊어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아직도 교육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임을 부정할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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