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이야기
10월 23일 월요일, 형제가 없는 나는 친형 같은 분을 떠나보냈다. 아니 떠나보내려 노력 중이다. 1년여 전부터 아픈 몸으로 주변을 돌보며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했던 형님!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나에게도 6년 전 어느 날 삶을 정리해 보고자 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초록색 나무가 그렇게 푸르르고 파란 하늘이 그렇게 파랗게 보였던 적이 없었다.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아마 그 당시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누구의 끝이 나의 첫 스토리 시작이 되었다.
#2 또 다른 시작
이제 나는 다시 시작한다. 형님의 부재로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멀리 서울, 인천 떨어져 있었지만 존재만으로도 든든했던 분이셨다. 3일째 장례식장이다. 단 한 번도 장례식장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 장인이 돌아가셨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지금은 장례식장에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 어떻게든 형님 가시는 길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가시는 마지막 통화가 기억을 잡는다. 'ㅇㅇ아, 나 이제 갈 때가 됐나 보다.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 가족들도 잘 부탁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런 전화통화에 잠에서 덜 깬 나는 아무말도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3일 뒤, 이제 형님을 떠나보내야 되는구나, 생각했다. 못다 한 말은 전하고 싶어 문자를 남겼다. '형님, 부족한 저를 동생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기억만 가지고 좋은 곳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하지 못한 말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몇 글자 되지 않는 문장을 보냈다. 이내 1이 사라지며 형님 눈 속에 기억되었다.
#3 시작과 끝은 연결되어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어쩌면 시작과 끝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형님의 지난 생을 돌이켜보며, 그 삶을 다시 이어 줄 조카의 얼굴을 보니 형님 모습 그대로이다. 아마도 새로운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리라. 그리고 나의 시작도 다시 온라인상으로 기록될 것이다. 모든 아쉬움과 기대와 절망과 뭐 그런 모든 감정들이 마음속에 뒤죽박죽 섞여 있다. 문득문득 형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과 느낌들이다. 이제 온전히 느껴볼 것이다. 나에 대해서,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한 발짝 나아가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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