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장례를 마치고 추모공원에 들어섰다. 서울에도 화장터가 있구나! 처음 알았다. 새벽부터 많은 고인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형님 가는 길에 오직 한 분 밖에 보이지 않았다. 생전에 차를 좋아 하시던 형님이 큰 리무진을 타고 오셨다. 운전하시는 걸 더 좋아하셨는데…… 작은 나무 목관에 타고 있는 모습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이렇게 허망하게 가실거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화장터에 들어가시는 모습은 눈앞을 가렸다 ㅠㅠ 유족도 아닌데 난 이미 유족이였다. 앞으로 지내는 삶도 누군가가 그렇게 바랬던 내일인 것이다. 그렇게 형님은 작디 작은 봉안소에 안치되셨다. 햇볕이 잘 드는 그런 자리로~~
추모공원에서 보았던 형수님과 조카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형수님은 상주 역을 훌륭하게 해내셨다. 젊은 사장과의 대면에서 형님과는 다른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내셨다. 아마도 지난 2년간 스스로 많은 다짐을 하셨으리라, 어린 아이들의 가장으로의 삶을 100번도 아니 1000번, 10000번 그리셨으리라. 사내 조카는 22세의 어린 나이지만 의젓하게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았다. 쌍둥이 자매는 고3이지만 너무도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2년이라는 시간이 마음의 준비를 만들었던 것 같다. 이제 남은 가족들의 서사가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수놓고 있었다.
내 마음, 내 감정에 솔직하게 다가가야겠다. 앞으로는 참고 인내하는 것도 성격이지만, 이제는 조금이라도 표현하고 말하고 싶다. 이성을 놓치고 싶지 않치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목 놓아 울어보고 싶다. 살며, 사랑하며, 말하고 싶다.
<인연의 끈>
지난 3일간 23년전 만났던 인연들과 다시 마주 앉았다. 이제는 머리속에 실타레가 풀려진 느낌이었다. 이게 그 인연의 끈은 아마도 끊어진 것 같다. 23년간 이어온 KCC라는 인연 말이다. 한 자락 잡고 있었던 형님을 보내고 나니 그렇게 생각되어진다. 아니라고 또 다른 인연이 있을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 나도 여기까지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15년간 꾸었던 출근해야 했지만 늦을 수 밖에 없었던 그 악몽들로부터 난 오늘부로 해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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